정책

도쿄에서 개발자로 일한다는 건 생각보다 행정 업무와의 싸움이었다

admin 2026-07-31
도쿄에서 개발자로 일한다는 건 생각보다 행정 업무와의 싸움이었다

서류 더미 속에 파묻혀 보낸 지난달

솔직히 일본 취업을 결심했을 때 제일 걱정했던 건 언어였다. 대학교에서 일본어 수업을 듣긴 했지만, 막상 비즈니스 회화라는 게 교과서랑은 차원이 다르다는 걸 도쿄에 와서 뼈저리게 느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일본어 실력보다 서류였다. 비자 발급받으려고 준비했던 서류들이 지금 생각해도 너무 많다. 도쿄 출입국 관리국에 한 번 갔다 오면 하루가 그냥 삭제된다. 오후 2시에 도착해서 번호표 뽑고 기다리다 보면 해가 지기 일쑤였다. 대기 시간만 거의 3시간은 잡아야 마음이 편하다. 처음에는 내가 뭘 잘못해서 비자가 안 나오나 싶어 식은땀도 흘렸는데, 그냥 여기는 원래 행정 처리가 느리고 까다로운 곳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한국의 빠른 처리 속도가 가끔 그리워지기도 한다.

일본 IT 업계 분위기와 현실적인 급여

일본 IT 업계, 특히 내가 다니는 회사는 생각보다 보수적인 부분이 많다. 흔히 생각하는 수평적인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분위기를 기대하면 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회의할 때도 위계질서가 명확하고, 메일 하나 쓸 때도 격식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내 월급은 대략 25만 엔에서 30만 엔 사이인데, 여기서 세금 떼고 월세 나가고 나면 생활비가 여유롭지는 않다. 도쿄 월세가 워낙 비싸야 말이지. 역 근처 작은 아파트 하나 얻는 데도 초기 비용으로 거의 50만 엔 정도는 깨진 것 같다. 물론 월세 지원이 나오는 회사도 있겠지만, 우리 회사는 그런 복지가 넉넉한 편은 아니라서 매달 나가는 고정 지출 볼 때마다 조금씩 한숨이 나온다.

한국인이라는 위치에 대하여

일본계 기업이나 IT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가끔 미묘한 시선을 느낄 때가 있다. 내가 한국인이라서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고, 반대로 한국인이라서 할 수 있는 업무 범위가 정해져 있다는 느낌도 든다. 요즘은 일본 인력이 부족해서 한국인을 많이 채용한다고들 하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결국은 ‘일본어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구사하면서 일본 비즈니스 매너를 얼마나 빨리 습득하느냐’가 핵심인 것 같다. 오태헌 교수님 강연에서 마쓰시타 고노스케 경영 철학을 들으면서 배운 게, 결국 어느 나라 기업이든 그 조직에 녹아드는 게 가장 중요하구나 싶었다. 그런데도 가끔은 내가 왜 여기서 이렇게 고생하나 싶기도 하다.

현지 경험이 전부일까 하는 의문

사람들은 일본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다녀오면 취업이 쉬울 거라고 한다. 물론 도움이 되긴 한다. 현지 경험이 있으면 비자 발급 과정이나 생활 적응 면에서 유리하니까. 하지만 막상 취업 시장에 뛰어들어 보면 실무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 내가 지원했던 회사들 중 몇 군데는 일본어 실력보다 내가 지금까지 어떤 프로젝트를 했는지를 훨씬 더 자세히 물어봤다. 그래서 일본어 공부에만 너무 매몰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처음에 언어 학원 다니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썼는데, 차라리 그 시간에 알고리즘이나 기술 스택 정리를 더 할걸 하는 후회가 남는다. 뭐든 적당한 균형이 제일 어렵다.

지금 당장 해결되지 않는 것들

여전히 도쿄 생활은 불완전하다. 가끔 주말에 신주쿠 쪽 나가서 한국 식당이라도 보이면 마음이 짠해지기도 하고, 반대로 매일 아침 전철 타는 그 복잡한 출근길은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비자 갱신 시기는 다가오는데, 서류 챙길 생각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앞으로 여기서 계속 일을 할지,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갈지 결정한 것도 없다. 그냥 내일 출근해서 해야 할 업무들 생각하고, 밀린 집세 낼 생각만 하는 중이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 아니면 좀 더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하루하루를 버티는 게 최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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