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길 배달 알바를 하다가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계기
배달 플랫폼으로 쏠쏠하게 용돈벌이를 하던 것도 잠시였고, 날씨가 나빠지거나 단가가 떨어질 때마다 마음이 불안해졌다. 나이도 서서히 들어가는데 언제까지 오토바이를 타거나 도보로 배달을 다닐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주위에 무점포 1인 창업을 했다며 보일러나 에어컨 설치를 하러 다니는 사람들이 간혹 보였다. 몸은 힘들어도 기술만 확실히 배워두면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다는 소리에 솔깃했다. 인터넷으로 중장년 알바나 기술 교육을 검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에어컨 설치 교육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그냥 며칠 짧게 배우면 현장에 나가서 보조로 일하면서 배울 수 있을 줄 알았다. 그게 얼마나 안일한 생각이었는지는 학원에 직접 발을 들이기 전까지 전혀 몰랐다.
도배학원과 에어컨 설치 교육 사이에서 고민했던 순간들
처음부터 에어컨만 생각한 건 아니었다.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아 보이는 인천도배학원 정보도 꽤 찾아봤었다. 도배는 일단 실내에서 일하고 날씨 영향을 덜 받을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배는 풀판을 메고 다니는 체력적 소모도 심하고, 무엇보다 꼼꼼한 마무리가 생명이라 손재주가 없는 나에게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았다. 반면에 에어컨 설치는 기계적인 부분을 다루는 거라 정해진 규격대로만 꼼꼼히 연결하면 될 거라는 막연한 계산이 섰다. 배관을 굽히고 용접을 하는 과정이 조금 까다로워 보였지만, 적어도 도배지 울퉁불퉁하게 붙여서 욕먹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그렇게 도배와 에어컨 사이에서 며칠을 고민하다가 결국 에어컨 설치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집 근처의 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인천 부평의 기술학원 상담실에서 들었던 예상 밖의 교육 비용과 기간
내가 찾아간 곳은 인천 부평역 인근에 위치한 공조냉동기계 실기 위주의 학원이었다. 전철역에서 내려서 10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 빌딩 4층에 있었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쇠 깎는 냄새와 묘한 열기가 훅 끼쳐왔다. 상담실에 앉아 교육 과정에 대해 물어보니 생각보다 기간이 꽤 길었다. 주 3회, 하루 4시간씩 해서 3개월 코스가 기본이었고, 국비 지원 혜택을 받더라도 본인 부담금이 대략 38만 원 정도 발생한다고 했다. 만약 국비 혜택을 못 받으면 원래 교육비는 100만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었다. 퇴근 후에 짬을 내서 대충 한두 달 배우고 바로 현장 조수로 들어가려던 내 계획은 첫 단계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매일 저녁 퇴근하고 그 피곤한 몸을 이끌고 부평까지 와서 4시간 동안 서서 실습을 버텨낼 수 있을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다.
캐리어 천장형 에어컨 실습실을 보고 느꼈던 막막함과 체력적 한계
상담을 마치고 원장님의 안내를 받아 실제 수강생들이 연습하고 있는 실습실을 구경했다. 천장에는 캐리어 천장형 에어컨 실물 기계들이 몇 대 매달려 있었고, 바닥에는 동파이프와 각종 전선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장비들이 훨씬 크고 무거워 보였다. 특히 천장형 에어컨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무거운 본체를 고정해야 하는데, 잠깐 구경하는 동안에도 목과 어깨가 아파 오는 느낌이었다. 수강생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배관을 구부리고 용접 토치로 불꽃을 튀기는 모습을 보니, 이건 단순히 눈썰미가 좋다고 해서 쉽게 덤빌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겨울철 비수기에는 일이 거의 없고 여름 한철에 바짝 벌어야 한다는데, 이 체력으로 그 더운 여름날 옥상과 실내를 오가며 무거운 기계를 들 수 있을지 덜컥 겁부터 났다.
기본 공구 가격조차 만만치 않았던 현실적인 장벽
학원비 외에도 현실적인 문제는 또 있었다. 실습을 제대로 하려면 개인 공구를 직접 구매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동파이프 커터, 확관기, 진공펌프, 매니폴드 게이지 등 에어컨 설치에 필수적인 기본 장비 세트만 맞추려 해도 대략 70만 원에서 80만 원 선의 추가 지출이 필요하다고 강사분이 귀띔해 주었다. 만약 나중에 독립해서 개인 차량에 싣고 다닐 사다리나 고성능 진공펌프까지 구비하려면 초기 비용이 몇 백만 원은 우습게 깨질 게 뻔했다. 배달 플랫폼 알바로 모아둔 돈을 여기에 전부 쏟아붓고도 만에 하나 적성에 맞지 않아 중도 하차하게 된다면 그 손해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기술만 배우면 다 될 줄 알았는데, 시작하기 전부터 장비 값과 재료비 걱정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교육 과정을 등록하지 않고 돌아 나오는 길의 씁쓸한 마음
결국 그날 바로 수강 신청서를 쓰지는 못하고, 좀 더 고민해 보겠다는 말을 남긴 채 학원 문을 나섰다. 부평역으로 걸어가는 길에 빌딩들 벽면에 붙은 에어컨 실외기들을 유심히 쳐다보게 되었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실외기 배관 연결부나 천장에 매달린 시스템 에어컨들이 이제는 전혀 다르게 보였다. 저 좁고 높은 곳에 매달려 땀을 흘렸을 작업자의 노고가 짐작이 가면서, 과연 내가 저 일을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만 깊어졌다. 무작정 몸으로 때우는 일이라고 쉽게 생각했던 내 오만함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지금 당장은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타 배달 콜을 잡는 것이 훨씬 편하고 익숙하게 느껴지지만, 언제까지고 이 생활을 반복할 수는 없기에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무겁고 씁쓸하다.
천장형 에어컨 설치, 정말 체력적으로 부담될 것 같아요. 특히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 보니, 생각만 해도 힘들어서 걱정되네요.
답글
천장형 에어컨 땀 흘리는 모습 보니, 진짜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지네요. 저도 잠깐 배달 알바 할 때 그런 고민 한 번 했었어요.
답글
천장형 에어컨 설치하는 모습 보니까, 생각보다 훨씬 체력 소모가 클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고민 했던 적 있는데, 장비 무게 때문에 걱정이 많았거든요.
답글